14MHz보다 낮은 노이즈 레벨 (EI2HI)
2026년 7월 31일
오늘은 아침에 아일랜드국과 교신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아일랜드. 영국 서쪽에 위치한 섬나라로, 수백 년간 영국의 통치를 받으며 자신들의 고유 언어인 아이리쉬(Irish)조차 사용하지 못했던 나라다. 독립 후에도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남북이 나누어진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니, 어쩌면 우리와 참 많이 닮은 나라일지도 모른다.
아일랜드에서는 영어가 주 언어로 쓰인다. 그렇다면 현재 아일랜드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언어는 무엇일까? 너무 쉬운 퀴즈일 수도 있겠다. 정답은 글의 맨 마지막에 밝히기로 한다.
아침 일찍 18MHz 밴드를 켜보았다. 노이즈 레벨이 14MHz보다 확실히 낮다. 여러모로 14MHz와 닮은 밴드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노이즈는 늘 S1~3 정도 낮게 나온다. 6~18dB의 차이니 실로 대단한 셈이다. 다만 14MHz에 비해 전파 상태가 지속되는 시간이 조금 짧다는 아쉬움이 있다.
CW 밴드는 노이즈 레벨이 낮아서 참 좋은데, 아쉽게도 들리는 신호가 없었다. 밴드가 닫혔나 싶어 SSB로 바꾼 뒤 천천히 주파수를 올려보니 제법 강한 신호가 잡힌다. EI2HI가 CQ를 내고 있었다. 안방에서 XYL이 아직 자고 있어서 처음엔 그저 듣기만 했는데, 서너 번 CQ를 거듭 내는데도 응답하는 국이 없었다.
결국 방문을 살며시 닫고 낮은 목소리로 응답을 보냈다. 신호가 약했는지 내 호출부호를 한 번에 완전하게 수신하진 못한다. 목소리에 살짝 힘을 실어 다시 불렀더니 그제야 정확히 알아듣는다. 신호 리포트도 58까지 준다. 상대 신호 역시 S메타를 2에서 5까지 오가며 꽤 양호하게 들어왔다. 약간 고음에 상기된 목소리로 송신을 해주어서 수신하기가 좋았다.
EI2HI, Hugh는 축구 시청 외에도 ‘헐링(Hurling)‘이라는 스포츠를 즐긴다고 한다. 아이스하키와 비슷한 아일랜드 전통 스포츠라는데, 복싱까지 한다니 대단한 운동 마니아인 듯했다.
아일랜드에서 아직도 아이리쉬가 실생활에 쓰이는지, 학교에서도 가르치는지 물어보았다. 영국의 오랜 통치 기간 동안 언어 사용이 금지되는 바람에 고유 언어를 거의 잃어버렸다고 한다. 지금도 일부 학교에서 가르치긴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이리쉬에 그다지 유창하지 못하다고 했다.
그가 일러주길, 아이리쉬로 ‘Good Morning’은 ‘마딘 모하굿’, ‘Good Evening’은 ‘이더 모하굿’, 그리고 아마추어 무선의 교신에서 마지막 인사인 ‘73’은 ‘샤킷 트리’라고 한다. 교신을 마무리하며 “이더 모하굿, 샤킷 트리!” 하고 인사를 건냈다.
(현지인 본토 발음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아일랜드에서 두 번째로 많이 쓰이는 언어는 과연 무엇일까?
정답은 아이리쉬가 아닌 ‘폴란드어(Polish)‘다. 교신 중에 Hugh가 짧게 설명해 준 내용이 흥미로워 나중에 자세히 찾아보았더니, 유럽연합(EU) 출범 이후 많은 폴란드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이주하면서 현재는 그 수가 13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에 비해 일상에서 아이리쉬를 사용하는 인구는 7만 명 남짓에 불과하니, 이제는 공공장소에서 영어 다음으로 폴란드어가 가장 흔하게 들리는 셈이다.
무전기 너머 전파를 통해 새로운 언어도 한 마디 배워보고, 그 나라의 문화와 삶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던 참 즐거운 아침 교신이었다.
P.S. 나중에 Hugh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hurling에 대한 설명을 보니, 아이스하키와는 상당히 다른 아주 독특한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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