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자 전신

2026년 7월 8일

이상한 신호 수신

지난 일요일(7월5일) 점심 식사를 마치고 무전기를 켜 보았다. 여름 낮 시간이라 14MHz 이상은 기대할 수 없어서 7MHz를 켜보았다. 우선 전신 주파수를 아래쪽부터 서서히 올려가며 수신하고 있었는데 7.015MHz에서 깨끗한 부호의 신호가 들렸다. 그런데 호출 부호가 AA8V였다. 미국의 호출부호이다. “한낮에 7MHz에서 미국의 호출 부호가 들리다니”, 어떤 상황인지 계속 지켜보았다.

‘V AA8V AA8V DE H1RA H1RA’라는 내용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H1RA 무선국이 AA8V 무선국을 호출하고 있는 것이다. V는 시험 송신시에 보내는 전치부호인데 호출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상대의 응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계속해서 같은 내용을 송출하고 있었다. AA8V는 미국의 호출부호라고 볼 수 있지만 H1RA는 햄국의 호출부호가 아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녹음해 두었다. 한참을 들었지만 계속해서 똑같은 부호만 송출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 수신하지 않고 중단하였다.

​그런데 오늘(7월8일)도 비슷한 시간에 같은 주파수에서 비슷한 강도의 신호가 들렸다. 부호의 속도도 거의 비슷하였다. 이번에는 전과 같이 호출 부호를 송출하지 않고 네 자리로 된 부호를 송출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N5A6 과 같이 숫자와 영어 알파벳이 함께 들어 있는 네 자릿수의 부호였다. 이것도 녹음하였다. 아래의 녹음 파일 전반부는 7월 5일에 수신한 것으로 호출 부호를 송출하는 내용이고, 약 30초부터는 오늘 수신한 것으로 네 자리 코드를 전송하는 내용이다. 이 부호의 정체는 무엇일까?




4자리로 된 송신 내용

​TAU5 AN63 DT64 UD67 374A N5A6 UN6D A6T4 NTD6 3TD5 NTU7 65UN 6NT7 6U74 4ND3 5DT7 AU5T 34T5 43UA 6D53 N467 A3DT A57D 53DA D3A7 7U34

중국의 모르스 부호

네 자리 코드와 연관이 있는 중국의 모르스 부호에 대해서 알아보자. 중국의 모르스 부호는 한자를 기본으로 한다. 영문의 알파벳이나 한글처럼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여 글자를 만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수만 개가 되는 한자 하나하나마다 서로 다른 전신 부호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것을 장점과 단점만 이용해서 몇 만개나 되는 글자를 모두 다르게 만든다면 이것을 기억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각 한자마다 네 자리의 숫자로 된 코드를 부여하여 만든 것이 CTC(Chinese Telegraph Code) 코드표이다.

CTC 코드표

예를 들어 중국(中國)이라는 한자어를 모르스로 보낸다면 ‘0022 0948’이라는 숫자의 조합으로 송신해야 한다. 이것을 수신하는 쪽에서는 0022와 0948에 해당하는 한자를 코드표에서 찾아서 中國이라는 글자를 만든다. 마치 군대에서 사용하는 암어표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암어표는 비공개이지만 중국의 CTC는 공개된 것이라는 것만 다를 뿐이다.

어떻든 한글이나 영문처럼 정해진 부호만 익혀서 운용할 수는 없다. 중국에서 숙련된 전신 운용자라면 코드표도 잘 이용해야 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한자의 숫자 코드는 기억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위에 녹음의 내용을 보면 숫자뿐만 아니라 알파벳도 함께 나오고 있다. 숫자로만 구성된 중국의 CTC와는 다르다.

숫자의 약부호

전신 부호에서 숫자는 규칙적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익히기가 쉽다. 하지만 다른 부호에 비해서 길이가 길기 때문에 숫자만 송출할 때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숫자의 약부호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599은 5NN으로 송신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N은 숫자 9의 약부호이다. 또한 숫자 1은 영문 A와 같은 부호로 사용하며 숫자 0은 영문 T와 같은 부호로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빨리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숫자의 약부호

위의 녹음 파일 내용을 보면 네 자리로 된 코드 중에 숫자 외의 알파벳은 모두 숫자의 약자이다. 숫자의 약자와 상관없는 C, F, K, M, X Y 등의 알파벳이 없는 것을 보면 이 네 자리 코드는 모두 숫자 또는 숫자의 약자임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녹음 파일의 내용을 전부 숫자로 바꾸어보면 아래와 같다. CTC의 기준대로 만든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관심있는 분은 해석해 보시기 바란다.

0125 1963 8064 2867 3741 9516 2968 1604 9186 3085 9027 6529 6907 6274 4983 5807 1250 3405 4321 6853 9467 1380 1578 5381 8317 7234

누가 송신했나?

일단 네 자리 숫자 코드를 송신하는 것으로 보아 중국과 연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호출 부호는 아마추어 무선국의 호출 부호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계속해서 숫자 코드만 보내는 것으로 보아도 아마추어 무선사의 교신이 아니다.

부호의 타이밍을 자세히 분석해 보니, 속도는 24wpm으로 일정하고, 부호간 간격은 정확히 3단점, 숫자 코드간 간격은 정확히 6단점이었다. 모든 부호가 1ms의 차이도 없었다. 이것은 컴퓨터 또는 특별히 제작된 송신 장치에서 자동으로 송출하는 것이다.

가끔 중국 군대에서 훈련 중에 아마추어 무선 주파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그 일부가 아닌가 짐작된다. 아마추어무선 주파수라고 인식하고 사용한다기보다 그냥 비어있는 주파수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분(?)들에게 국제법은 별 문제가 되지 않으니……

지상국일 수도 있고 해군의 함정에서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이 신호를 수신한 것은 대략 12시 50분 전후였고 우주환경센터에서 같은 시간대의 임계 주파수와 D층의 감쇄 정도 그리고 같은 시간대에 대구에서 실제 수신한 신호들을 종합하여 고려해 보면, 대구와 위도가 비슷하거나 남쪽 지역이 유력하다. 대략 중국에서 우리나라와 가까운 동쪽지역, 즉 산둥성, 장수성, 저장성 또는 황해, 동중국해 등에서 나온 신호라고 생각된다.

내일도 신호가 들릴지 알 수는 없으나 관심 있는 분들은 대략 12시 50분경에 주파수 7.015MHz에서 수신해 보시기 바란다.

Last modified July 11, 2026: recordings (94ea4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