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14MHz 스케치
2026년 6월 13일
새벽에 잠을 깨다
새벽에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 다시 잠을 청했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서 살며시 침대를 빠져나왔다. 시계를 보니 5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무전기가 있는 방으로 가서 방문을 모두 닫고 머리에 헤드폰을 쓰면서 조용히 무전기를 켰다.
새벽에 무전기를 켜는 것은 참 오랜만이다. 요즘은 거의 DV통신만 운용했는데 HF대의 상태가 어떤지도 궁금했다. 태양흑점지수는 110 정도이고, 다른 지수도 특별히 나쁘지는 않았다. 태양활동 하강기의 하절기 새벽이면 대개 14와 18MHz에서 원거리 교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DL2HRF(독일)
14MHz의 아래쪽부터 훓기 시작한다. 14.003에서 DL2HRF(독일)의 강력한 신호가 들렸다. 일본과 교신 중이었다. 로그를 살펴보니 2014년에 교신한 사람이다. QRZ.COM 에서도 살펴보았다. FT-8은 전혀 운용하지 않고, 리니어도 사용하지 않으며 거의 CW만 운용하는 햄이다. 무전기 앞에 편안히 자고 있는 고양이 사진도 보인다. 오래된 홈페이지도 있다.
일본과의 교신이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호출하였다. 바로 응답하면서 589 리포트를 주었다. 상대의 신호는 S메타로 6~8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어서 579의 리포트를 주면서 “약 10년 만에 다시 만나서 반갑다. 새벽에 잠이 깨서 무전기나 켰다"라고 하니 “정확히 12년 만이다"라고 본인도 로그를 보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100w에 2el Yagi를 사용하는데도 상당히 신호가 좋았다. 상대도 QRZ.COM 페이지에서 나의 안테나 사진을 보고 있다고 하였다. 나의 안테나가 아니고 친구의 안테나를 빌려서 리모트를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무전기, 안테나, 날씨 등 일상적인 얘기를 나눈 후 고양이 이름이라도 묻고 싶었지만, 일본에서 여러 국이 기다리고 있는데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Say hello to ur cat. We lost our cat 2 yrs ago.“라고 하면서 다음 교신을 위한 약간의 여지를 남기고 교신을 마쳤다.
ON6MG(벨기에)

전파상태가 괜찮아서 CQ를 낼까 생각하다가 다시 잠을 청할 예정이라 간단히 밴드 상태만 살펴보기로 했다. 14.015로 올라가니 ON6MG(벨기에)가 CQ를 내고 있었다. S8으로 강력히 수신되었다. 안테나가 무언지 궁금해서 QRZ.COM에 보니 LZ9-5 라는 안테나로, 각 밴드 2el Yagi의 5밴드 안테나이다. 불가리아에서 만든 안테나이다. 유럽에는 소규모의 안테나 회사가 상당히 많이 있다. CQ가 끝나는 것을 듣고 바로 응답했지만 잠깐 멈칫하더니 일본국(JA5TX)에게 응답하였다. 일본의 신호가 강했던 모양이다.
CW - 유럽중남부, 러시아, 남미
주파수를 조금씩 올려보니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체코, 폴란드, 러시아, 튀르키예 등 러시아와 유럽 중남부의 신호가 들리고 중간에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신호도 들렸다. SSB도 괜찮겠다 싶어서 메모리 해둔 14.200MHz로 돌리니 바로 강력한 신호로 파일업이 일고 있었다. 유럽국들이 누군가를 호출하는 신호였다. 그런데 여러 국을 교신하면서 자신의 호출부호를 한 번도 말하지 않아서 그 DX국의 호출부호를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때는 DX클러스트를 보면 알 수 쉽게 알 수 있다. dxsummit.fi 를 열어서 확인하니 PY2RT(브라질)였다. 특별국도 아닌데 파일업을 받고 있었다.
JH1GEX(일본)

주파수를 조금 아래도 내리니 JH1GEX(일본)가 파일업을 받고 있었다. 14MHz에서 자주 교신하는 친한 햄이다. 후지산의 중턱에 살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완전히 트인 위치라서 항상 파일업을 받을 정도로 막강한 신호를 내고 있다. 퇴직을 준비하면서 다시 햄을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워낙 시스템이 좋아서 약 7년 만에 연맹을 경유한 bereau로 받은 카드로만 300엔터티가 넘었다. 다이렉트 교환도 없었고, OQRS도 사용하지 않았다.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SSB - 유럽, 러시아, 남미, 호주
CW와 비슷하게 러시아, 유럽, 남미의 신호도 들리지만 이와 함께 호주국도 몇 국 들렸다. 안테나의 방향이 유럽이라 강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수신될 정도였다. 안테나를 호주로 돌린다면 S7 정도는 충분히 될 것 같았다. 역시 14MHz는 골든밴드라고 할만 하다. 거의 전세계가 들렸다.
SSB도 교신을 하고 싶지만 다른 방에서 자고 있는 XYL에게 방해가 될까봐 자제하면서 다이얼을 돌리니 이태리국의 CQ 가 아주 강하게 들렸다. 일본국들이 많이 부르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국국이 응답하였다. 신호가 좀 약했다. 가까우니 스킵이 생긴 것이다. 누군가… 하고 귀를 기울이니 DS2OKO님이었다. 서로간에 59의 리포트를 주고받고 있었다. 창녕의 신호도 막강하다는 얘기다.
DL2HRF 홈페이지
시간도 벌써 6시 15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자기 전에 DL2HRF의 홈페이지를 좀 살펴보기로 했다. 교신 후에 QRZ.COM이나 홈페이지를 통해서 좀 더 파악해 보면 공통점이나 궁금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로그북의 코멘트난에 적어두면 다음 교신에서 대화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한두 번 교신이 이어지면 좀 더 특별한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홈페이지를 보니 이 분은 독일 통일 이전에 동독에 살고 있었다. SWL로 시작했는데 동독에서는 SWL을 하는 것도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했다고 한다. 이것에 대해서 좀 더 검색해 보니, 사회주의 체제였던 동독에서는 일반인이 서방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통제하였다. 그래서 수신만 하는 SWL도 교육과 시험을 통과해야 허용해 주었다고 한다. 그 내용에는 사회주의 이념 교육도 있었다. 우리나라도 30여 년 전에는 해외에 나가기 위해서 반공교육을 받았던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물론 우리는 통제라기보다 회유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CW를 좋아하고, FT-8이나 DX클러스트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분으로 보인다. “과거의 햄은 불편했지만 행복했고, 지금의 햄은 편리하지만 죽은 햄이다.“라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 일부는 나의 생각과 비슷하다. 영어로 간단히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주제이지만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40~50분 정도 집중하다 보니 슬슬 눈이 피로하기 시작했다. 교신의 여운과 함께 다시 잠을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