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듣기 힘든 포네틱 코드

2023년 11월 26일 녹음.

우선 아래의 녹음파일을 한 번 들어보십시오. 지난 일요일 아침에 28MHz에서 수신/녹음한 것입니다.

아마 정답을 보지 않으면 알아듣기가 쉽지 않으실겁니다.


이런 포네틱은 주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남아메리카의 햄들이 많이 사용합니다. 일본의 햄이 스페인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우루과이햄도 자연스럽게 스페인어식의 포네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어를 위한 포네틱코드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자기네들끼리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표준 포네틱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ITU에서 만든 포네틱코드는 그 이전에 있던 여러 형태의 포네틱코드를 참조하여 만들고 점차 개선하여 현재와 같은 코드로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발표되기 전에 아마추어무선사들 중에는 그 이전의 포네틱코드에 익숙했던 사람들도 있고, ITU코드가 자리를 잡기 전에 햄들 나름대로 단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포테틱 코드

위의 링크에 보시면 ITU코드와 함께 DX포네틱코드(공식적인 명칭은 아님)란 것이 있습니다. 대부분 지명을 나타냅니다. 햄들은 교신상에서 서로의 QTH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에 이런 지명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지명을 이용한 코드를 많이 사용합니다.

실제 해외 교신을 들어보면 DX포네틱코드에 나오는 단어를 ITU포네틱코드만큼 많이 사용합니다. 그 중에 일본과 관련한 단어가 3개나 됩니다. 일본의 위상을 부정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Japan, Tokyo는 이해하겠는데, Yokohama는 또 뭐냐”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2차대전 이후에 미국의 해군들이 Yokohama에 주둔하였고 미해군의 많은 햄들이 KA2라는 프리픽스로 Yokohama에서 운용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Yokohama가 전세계 햄들에게 각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어떻든 이런 연유로 ITU포네틱코드와 함께 햄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 있으며, 해외교신을 들어보면 가끔 어떤 것이 표준인지 헷갈릴 정도로 서로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스페인어식 포네틱은 비표준이니 익힐 필요가 없다?

위에서 비표준 포네틱은 알파벳을 전달하는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어식 포네틱은 재미나 멋을 위한 것이 아니고, 포네틱코드의 기본 목적인 “알파벳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 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위에서 말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알아듣기 힘들지만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어는 세계 3대 언어 중 하나로 특히 남아메리카에는 브라질을 제외하고 전부 스페인어를 사용합니다. 남미의 햄들 중에는 영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들도 원거리 교신에 나서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더구나 남미는 우리와 거의 대척점에 가까워서 신호도 아주 좋은 편입니다.

현실이 이러니 비표준이지만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두 익힐 필요는 없고 아주 특이한 몇 개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위의 예에서 나왔던 Quito와 Xylophono만 알아두시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들어보면 영어와 거의 유사합니다.

표준을 지키면서 비표준도 사용한다?

포네틱코드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겠습니다.

  • 내가 송신할 때는 ITU포네틱코드를 기본으로 사용한다.
  • 상대의 송신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햄들이 자주 사용하는 포네틱코드는 알아둔다.
  • 해외교신을 하면서 어떤 코드가 표준만큼 많이 사용되는지 알게되면 필요시 조금씩 사용한다. (신호가 약하거나, 혼신/잡음이 많아서 여러번 반복이 필요한 경우)
  • 하지만 내가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서 사용하지는 않는다. (아마추어무선은 우리가 주도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
  • 또한 해외교신에서 한 두번 듣는 코드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햄들은 실로폰이라고 하면 알아듣지 못한다. 내가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많은 햄들이 말하는 표준이 ITU 포네틱 코드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것을 조금 벗어날 수도 있지만 너무 벗어나면 곤란한데 그 범위는 책이나 인터넷으로 딱 잘라 말하기는 곤란합니다. 실제의 교신, 특히 해외교신의 수신을 많이 해 보면 자연스럽게 나름대로의 기준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혼란을 피하려면 차라리 아마추어무선용 포네틱코드란 것이 정해지고 ITU코드와 함께 사용한다면 좋겠지만 이 바닥은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니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프리픽스로 나라 구분도 못하던 초보 시절, 실로포노(Xylophono)라는 포네틱 때문에 엄청 헤맸던 기억이 나서 뻔한 주제인 포네틱코드에 대해서 한 번 다뤄봤습니다.

Last modified July 9, 2024: Koch Eng. modified (8051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