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신 형태별 속도

겨우 자신의 호출부호만 알아 듣는 수준인데, DX 교신을 한다고?

2022년 4월 25일 작성

전신 주파수대를 듣다보면 콩볶는 속도의 전신음이 들립니다. 멋있고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주눅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빠른 속도에 기 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14/21/28MHz에서 SSB의 영어 교신을 들어보시면, 영어권 사람이 아닌데도 멋진 발음으로 쏼라 쏼라 교신을 합니다. 영어에 능통한 사람도 있겠지만 교신용 영어에만 익숙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일반적인 교신은 리포트, 이름, QTH 등 정해진 내용만 교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포네틱코드까지 섞어서 교신을 하면, 햄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엄청난 영어 실력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전신도 이와 비슷합니다. 정말 실력이 필요한 교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1. Rubber Stamp 교신

비영어권의 전신 교신에서, 열에 아홉은 정해진 틀에 의한 간단한 교신을 하기 때문에 사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교신을, 마치 고무 도장을 찍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Rubber Stamp 교신 또는 템플리트(Template) 교신이라고 합니다.

아래는 Rubber Stamp 교신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제(HL5KY)가 CQ를 내고 W6ZQ가 응답하여 진행하는 교신입니다. 전신을 모르셔도 상관 없습니다. 내용을 읽어 보시면 금방 이해하실겁니다.

수신이 필요한 것은 파란색 부분입니다. 그 중에 꼭 필요한 내용은 빨간색 부분입니다. 나머지는 대충 넘어가도 되며, 실제로도 크게 집중하지 않습니다. 꼭 수신이 필요한 내용은 중요하기 때문에 두 세번 반복해 줍니다. 어떻습니까? 콩볶는 소리를 듣고 상상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겁니다.

“아니, 그렇게 멋있게 두들기면서 교신하던 것이 겨우 저거였어?“라고 실망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신 교신은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Rubber Stamp 교신의 속도는 대략 12~25 wpm 정도입니다.

2. 나의 호출부호만 수신된다면 DX가 가능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DX국을 부르고 있습니다.


저 정도의 송수신 능력이 되어야 DX교신에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호출부호만 수신할 수 있으면 DX도 가능합니다.

DX국의 호출부호는 DX Cluster를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고, 나의 호출부호를 보내는 것은, 메모리 기능이 있는 키어를 이용해서 송신이 가능합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하고, 무전기 또는 키어의 기능만 이용하면 됩니다.

상대방이 나를 선택해서 나에게 리포트를 보내는 순간만 수신하면 됩니다. 보통 “HL5KY 599” 이렇게 보냅니다. 다른 부호는 몰라도 됩니다. 나의 호출부호만 수신할 수 있으면 됩니다. 수신이 되었으면 역시 메모리 키어를 이용해서 “599 TU"라고 보내면 교신이 끝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말이 그렇지, 설마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겠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놀랍게도 실존합니다. 물론 아주 아주 드물긴 합니다. 게다가 이 분은 오래 전에 CW로만 DXCC 133을 달성하셨습니다.

반대로, DX국의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불러오는 신호 중에서 하나의 호출부호만 골라내서 정확히 수신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호출하는 쪽의 입장과는 달리 상당한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DX 교신의 속도는 대략 20~30 wpm 입니다.

3. 전신 래그츄

전신 래그츄는 어떠한 틀을 가진 교신이 아니고,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는 교신입니다. 한글 교신은 물론이고 영문으로 대화를 하는 비영어권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교신은 정해진 틀이 없고 자유로운 문장을 만들어서 송수신을 하기 때문에 내용을 모두 수신해야 합니다. 문장에 따라서 미리 짐작이 되는 단어도 있지만 어떻든 모두 수신해야 하기 때문에 Rubber Stamp 교신과는 차이가 많습니다.

참고로, 말로 하는 대화와 전신으로 하는 대화는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요? 일반적인 전신 교신의 속도는 대략 20wpm 즉, 1분에 20개의 단어를 송신하는 속도입니다. 이에 비해 음성으로 대화를 하는 속도는 100~120wpm 정도라고 합니다. 대략 5~6배의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전신 교신에서는 좀 더 함축적인 문장을 구성해서 교신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약 3~5배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든 말로 하는 것보다는 많이 느립니다. 하지만 그 느림속에는 대단한 마력이 있습니다.

래그츄 교신의 속도는 대략 15~25 wpm 입니다.

4. 컨테스트

컨테스트도 위의 DX 교신과 비슷합니다. CQ를 내고 한 주파수에서 계속 호출을 받는 무선국은 수신 실력이 아주 뛰어나야 합니다. 반대로 CQ에 응답하는 사람은 여러 번 듣고 준비가 된 상태에서 부르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컨테스트의 속도는 대략 20~30 wpm 입니다.

5. 교신의 속도

교신의 속도는 꼭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CQ를 내는 사람이 어떤 속도로 CQ를 내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그렇다고 CQ를 내는 속도에 꼭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빠르게 CQ를 내는데 느리게 응답을 한다면, 느린 속도에 맞추어주는 것이 기본 예의입니다. 계속 빠른 속도로 응답한다면, QRS(느리게 송신해 주십시오)로 요청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DX 교신이나 컨테스트 교신에서는 가능하면 CQ를 내는 국의 속도에 맞추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상대가 파일업을 받고 있다면, 즉, 많은 국들이 한꺼번에 DX국을 부르고 있다면, 비슷한 속도에 맞추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아주 느리게 응답하여 더욱 선택을 잘 받기도 하는데 이것은 교신의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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