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MHz 모노밴드 쿼드 안테나
2025년 1,2월호 KARL지에 게재한 내용
11년 주기의 전파상태가 요즘 거의 정점에 달해 있습니다. 이렇게 단파대의 전파상태가 좋을 때는 28MHz 같은 높은 주파수대의 상태가 좋고, 이런 주파수대는 적은 전력으로 원거리통신이 잘됩니다. 하지만 역시 안테나의 성능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기존의 헥사빔(Hexbeam)보다 좀 더 성능이 좋은 안테나를 구상하다가 28MHz 전용의 쿼드(Quad) 안테나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1. 30년 만에 만난 햄 친구
이 안테나는 저의 것이 아니고, HL5BXW(윤형철)님의 안테나입니다. 윤 오엠(OM)과는 1990년대 초에 자주 교신했던 사이입니다. 약 3년 전에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동안 햄 활동은 하지 않았고, 오디오 제작 등에 빠져 있었다고 합니다. 직접 운영하는 사무실에 여유 있는 공간이 있어서 제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나가서 함께 햄 관련 장난감을 만지고 있습니다. 윤 오엠은 아직 연맹 회원이 아니라서 제가 대신 원고를 작성하였지만 안테나의 설계부터 제작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 하였습니다.
윤 오엠은 2년 전쯤에 재개국을 하고, 이런저런 안테나를 시도하다가, 로우밴드(low-band)용은 다이폴로, 하이밴드(high-band)용은 헥사빔으로 정착하였습니다. 헥사빔은 하나의 안테나로 여러 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볍고 효율적인 안테나입니다. 하지만 역시 2엘레멘트 야기(2 element Yagi) 이상의 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항상 아쉬움을 느끼면서 새로운 안테나를 구상해 보지만 푸시업 마스트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무거운 안테나를 올리기는 어려웠습니다.
푸시업 마스트(push-up mast)
직경이 다른 여러 개의 파이프를 차례대로 올려서 만드는 마스트 또는 타워. 텔레스코픽(telescopic) 마스트 또는 텔레스코픽 타워라고도 함. 윤 오엠이 사용한 것은 독일 스파이더빔사(spiderbeam.com)의 알루미늄 텔레스코픽 마스트 HD 14.5m 모델임.
참고로, 스파이더빔은 헥사빔과 완전히 다른 안테나임. 헥사빔이 우산을 뒤집은 것 같은 모양의 3차원적인 형태인 반면, 스파이더빔은 평면의 2차원적인 형태임. 헥사빔은 2엘레멘트 야기의 변형이고, 스파이더빔은 대부분의 밴드에서 3엘레멘트 야기로 작동함. 따라서 크기나 성능에서 차이가 있음.
그림 1 헥사빔 - 드론촬영 VE3BI
헥사빔은 사무실 지붕에 구멍을 뚫어서 푸시업 마스트를 설치하였고, 건물 내부에 로테이터가 있습니다. 마스트는 3단으로 된 4방향의 가이와이어(guywire)로 지지하며, 스텐으로 된 가이와이어는 애자로 분리하여 안테나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였습니다.
2. 새로운 안테나 구상
윤 오엠이 자주 교신했던 V85NPV가 5밴드(band)용의 2엘레멘트 쿼드를 올렸다는 얘기를 듣고 제작을 고려해 보았지만, 가이와이어가 있는 푸시업 마스트에 3차원 형태의 안테나를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헥사빔에서 2엘레멘트 쿼드로 변경했을 때 극적인(?) 신호의 차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신 향후 2~3년간, 1년의 절반 정도는 28MHz의 전파상태가 좋을 것이란 생각으로, 28MHz 한 놈만 패기로 하였습니다.
현재 무선국이 있는 위치는 경남 김해의 칠산이란 곳으로 주변에 고주파 노이즈가 높은 지역입니다. 노이즈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루프(loop)형 안테나가 좋을 것 같아서 4엘레멘트 쿼드로 결정하였습니다. 헥사빔에서 4엘레멘트 쿼드로 변경한다면 상당한 신호의 차이를 기대할만 합니다.
3. 안테나 설계 방향
안테나는 설치 후에 SWR뿐만 아니라 최대 성능을 내기 위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조정이라는 것이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그 방법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전방이득이 최대가 되도록 조정하면 전후방비에 손해가 있고 밴드폭도 좁아집니다. 모든 항목을 만족하는 조정이란 없다는 얘기입니다. 조정을 위해서 3차원 형태의 안테나를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득의 조정은 제법 먼 거리에서 수신을 하면서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설계에서 가장 중점을 둔 점은 조정의 필요성을 최소화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밴드를 사용하는 멀티밴드(multi-band) 안테나라면 조정하는 과정 없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는 어렵지만, 모노밴드(mono-band) 안테나이기 때문에 각 엘레멘트(element)의 간격과 크기의 비율만 적절히 조절하면 실용적인 측면에서 이득 최대점과 큰 차이가 없는 성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실제 설치한 후 중심주파수가 설계주파수와 다르다면 엘레멘트의 길이만 비율대로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중심주파수가 원하는 주파수보다 낮다면 엘레멘트가 길다는 얘기이니 4개의 엘레멘트를 전부 비율대로 줄여서 중심주파수를 높이는 것입니다. 최대이득이나 최대전후방비를 얻기 위해서 반사기의 길이만 별도로 조정하는 작업은 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중심주파수라는 것은 SWR 최저점의 주파수와 거의 같습니다.
각 엘레멘트의 비율은, 쿼드 안테나의 제작사로 유명한 Cubex의 자료, 일본 안테나 핸드북에서 얻은 자료, 그리고 여러 웹페이지에서 얻은 자료 등을 참조하여 설계하였습니다.
4. 안테나의 기본 설계
참고 : “파장”은 그리스어 알파벳인 “𝛌” 로 표기하고 “람다”로 읽습니다.
그림 2 기본 설계
- 복사기 : 급전선을 연결하는 엘레멘트로 보통 1파장으로 설계함.
- 반사기 : 복사기보다 3~5% 정도 더 길게 하며, 복사기와의 간격이 0.12파장 정도일 때 최대이득이 됨.
- 도파기1 : 복사기보다 3~5% 더 짧게 함. 복사기와의 간격이 클수록 이득이 증가함.
- 도파기2 : 대개 도파기1과 같은 크기로 함. 짧아지면 위쪽 주파수 쪽으로 밴드폭이 넓어지지만 이득은 다소 떨어질 수도 있음. 역시 간격이 넓어지면 이득이 증가함.
- 임피던스 및 급전 : 대략 70~100오옴(ohm) 전후로 예상됨. 75오옴 이하라면 SWR은 1.5 정도이므로 그냥 사용해도 되지만, 90오옴 이상으로 높다면 Q 매칭 방법을 고려함.
- CMC 대책 : 급전부와 가까운 부분의 동축케이블 외부에 고주파용 코어(core)를 여러 개 설치함.
Q 매칭
급전부의 임피던스가 110오옴 정도로 높을 때 50오옴으로 변환하는 임피던스 매칭 회로 또는 변환 장치. 75오옴 동축케이블을 1/4파장의 길이로 잘라서 급전부에 직결함. 이때 1/4파장의 길이는 동축케이블의 속도계수를 고려하여야 함. Q는 quarter, 즉 1/4이라는 뜻임.
5. 치수 계산
윤 오엠은 CW 운용을 많이 하기 때문에 중심주파수는 28.2MHz로 설계합니다.
- 28.2MHz의 1파장 길이
1파장 (1𝛌) = 빛의속도/주파수 = 300/28.2 = 10.638m
- 간격
- (Re-Ra) 0.11𝛌 = 10.638 X 0.11 = 1.17m ≑ 1.2m
- (Ra-Di1) 0.14𝛌 = 10.638 X 0.14 = 1.49m ≑ 1.5m
- (Di1-Di2) 0.17𝛌 = 10.638 X 0.17 = 1.81m ≑ 1.8m
- (Re-Ra) 0.11𝛌 = 10.638 X 0.11 = 1.17m ≑ 1.2m
엘레멘트 길이
엘레멘트의 종류에 따라서 길이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축율을 고려해야 합니다. 아래의 값은 제(HL5KY)가 여러 차례 쿼드 안테나를 만들면서 실험했던 결과값입니다.- 7가닥 꼬임 나동선 -> 101.2 % (직경 1.5~2mm 피복 없는 나동선이면 적용 가능)
- 1.6mm 피복 동선 -> 100 %
위의 단축율이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고려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이번에는 14AWG 꼬임 나동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101.2%를 적용합니다.
- Re 1.03𝛌 = 10.638 X 1.03 X 1.012 = 11.09m
- Ra 1𝛌 = 10.638 X 1 X 1.012 = 10.77m
- Di1 0.97𝛌 = 10.638 X 0.97 X 1.012 = 10.44m
- Di2 0.95𝛌 = 10.638 X 0.95 X 1.012 = 10.23m
계산의 결과를 적용한 도면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림 3 계산 치수
6. 안테나 형태 변경
안테나의 기본 설계부터 제작까지 대부분을 윤 오엠 혼자 하였는데, 설계를 위하여 여러 웹페이지를 참고하던 중에 정사각형의 쿼드가 아닌 직사각형의 쿼드 안테나에 대한 자료를 접하였습니다.
직사각형 QUAD에 대한 자료
2:1 비율의 직사각형 쿼드 안테나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 2엘레멘트 이상일 때 급전부 임피던스가 50오옴과 가깝다.
- 정사각형의 쿼드보다 0.8dB 이상의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 하이밴드의 경우 크기가 작기 때문에 와이어가 아닌 금속형 엘레멘트를 사용하는 구조가 용이하다.
위의 장점 외에도 우리의 설치 상황에서 또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푸시업 마스트를 지지하기 위한 가이와이어가 쿼드 안테나의 하부에 닿을 우려가 있는데, 직사각형으로 변경하면 이 문제가 상당히 해소됩니다.
그림 4 스프레더(spreader)
한 가지 의문점은, 직사각형 싱글루프(single loop)의 임피던스는 약 200오옴인데 엘레멘트를 추가하면 50오옴이 된다는 것인데,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안테나의 엘레멘트를 추가하면 임피던스가 낮아지는 것은 맞지만 정사각형 루프에서의 변화와는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실험해 보니 2:1 비율의 싱글루프일 때 200오옴이던 것이 엘레멘트를 추가하니 놀랍게도 거의 50오옴으로 떨어졌습니다. 정말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7. 제작 및 설치
기록으로 남기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습니다. 제작은 크기가 작은 편이라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 재료 및 부분 상세
- 붐(boom) : 4.5m 길이의 알루미늄, 직경 40mm(2t) + 45mm(2t) + 40mm(2t) (국내 구입. 윗쪽으로 가이와이어 설치)
- 스프레더 : 파이버글라스, 직경 0.75인치 + 0.5인치 ( 구입처)
- 엘레멘트용 와이어 : 14 AWG 꼬임 나동선 (구입 mgs4u.com. 직경 1.6mm 나동선과 비슷한 규격)
- X 마운트 : 붐과 스프레더를 결속하는 구조물. 알루미늄으로 자작.
그림 5 X 마운트(mount) 및 클램프(clamp)
- 모서리 처리 : 와이어와 스프레더가 만나는 모서리 부분의 처리. 스프레더의 움직임에 따른 와이어의 구조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와이어가 움직일 수 있도록 처리함.
그림 6 모서리 처리
계산된 치수로 엘레멘트를 자르고 전체 안테나를 조립한 후에 근처 공원에서 붐 높이 약 2.5m 위치에서 측정해 보니, SWR도 아주 낮고 중심주파수는 대략 28.050MHz 정도가 되었습니다. 정상 높이로 올리면 적당할 것으로 생각하여 14m 높이의 푸시업 마스트에 설치하니, 중심주파수는 28.350MHz로 올라갔습니다. 목표주파수인 28.2MHz와 비교하면 약 5cm 정도 짧지만 SWR이 밴드내에서 1.3 이하로 양호하여 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높이에 따른 안테나 중심주파수 변화.
지면과 주변 물체의 영향으로 높이에 따라 엘레멘트의 단축율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안테나의 공진주파수도 변함. 안테나의 높이를 낮추면 중심주파수가 낮아지고, 높이가 높아지면 중심주파수가 높아짐. 경험상 대략 0.5~1.0 %의 변화가 있음.
“빔안테나가 그렇게 간단히 끝나?”라고 하시겠지만, 모노밴드 안테나는 비교적 수월합니다. 멀티밴드 안테나라면 이론과 경험을 갖추고도 고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멀티밴드 안테나는 직접 설계해서 제작하기가 쉽지 않고, 실제 제작 기사의 치수를 참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 7 설치개념도
그림 8 4엘레멘트 직사각형 쿼드 안테나
8. 사용감 및 후기
예상대로 신호의 차이가 크게 났습니다. 시간과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S메타로 2~4눈금의 차이가 났습니다. 전력비로는 12~24dB의 차이입니다. 그런데 헥사빔(5dBi)과 4엘레멘트 쿼드(10dBi)는 5dB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어떻게 이렇게 신호 차이가 클까요?
S메타 1눈금은 6dB.
6dB는 전력비로 4배이므로 S메타 1눈금을 올리기 위해서는 4배의 전력이 필요함. 신호가 강한 7MHz에서는 1눈금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14MHz 이상에서 약한 신호로 원거리 교신을 할 때는 S메타의 1눈금 차이가 크게 느껴짐.
그 비밀은 안테나의 복사각도에 있습니다. 헥사빔보다 4엘레멘트 쿼드 안테나의 복사각도가 낮아서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감쇄가 적게 일어난 것입니다.
복사각도(방사각도)
안테나에서 복사되는 대부분의 전력이 대지의 수평면과 이루는 각도.
단파대의 전파는 전리층과 지구를 반사해서 전달되는데 먼 거리는 여러 차례 반사가 되고 그 횟수가 많으면 전력 손실이 크게 됨. 반사 횟수가 1회 증가할 때마다 약 6dB의 감쇄가 일어남. 복사각도가 낮으면 반사 횟수가 줄어들고 그만큼 신호 전달에 유리하게 됨.
복사각도는 안테나의 높이에 큰 영향을 받지만 같은 높이라도 안테나의 종류에 따라서 복사각도가 달라짐.
윤 오엠의 얘기로는, 헥사빔을 사용할 때는, SSB 교신에서 목청을 돋우어야 할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아주 점잖은 목소리로 송신을 해도 교신이 잘 된다고 합니다. hi hi
어떻든 안테나의 변경으로 충분히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한 밴드라도 시원하게 교신이 되는 만족감은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이번 작업에 함께 참여하여 큰 도움을 주신 VE3BI, 이하용 오엠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대신 전합니다.
VE3BI, 이하용 오엠.
1970년경에 HM0B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다가 70년대 중반에 캐나다로 이민 가신 분으로, 캐나다에서도 VE3PXP, VE3BI로 오랫동안 운용하셨습니다. 약 3년 전에 영구 귀국해서 지금은 경남 양산에 정착하셨습니다.
한동안 HL5ZBP로 운용하셨고, 작년에 다시 1급 시험을 치르고, 6K5ENP 콜을 취득하셨습니다. 요즘은 수시로 윤 오엠의 놀이터에 나오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