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고장
1970년대 초보햄의 좌충우돌기 - 에피소드 5
경고장이란
아마추어무선은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파법규를 잘 지켜야 한다. 만약 법을 어기면 그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작은 위반 행위까지 모두 처벌하는 것은 행정력의 낭비가 되니 우선 경고 또는 주의를 주어서 추가적인 위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한다. 이때 발행하는 문서가 계고장 또는 주의장이다. 흔히 경고장이라는 용어로 알려져 있다.
지정외 전파형식 사용
처음 계고장을 받은 이유는 “지정외 전파형식 사용"이었다. 1970년대에는 3급 아마추어 무선기사에게 전신만 허가해 주었는데 SSB로 교신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신년컨테스트가 있는 날이었는데 리포트를 교환하는 그 짧은 순간에 딱 걸린것이다.
아래 그림과 같은 계고장이란 걸 처음 받고보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게다가 계고장에는 “한 번만 더 걸리면 재미없을 줄 알아"라는 경고성 문구도 들어있으니 제대로 겁을 먹었다.

운용정지
그런데 그런 협박성 경고들이 생각보다 약발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 채 3주도 지나지 않아서 똑 같은 위반하였다. 당시에는 국내국의 숫자가 적어서 7MHz에서도 국내국의 신호를 듣기가 쉽지 않았는데 어쩌다 들리는 SSB 무선국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또 다시 계고장이 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국 한 달간의 운용정지 처분을 받았다.

3급에게 전신은 허가해 주고 SSB는 허가해 주지 않는 것은, 그때는 별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논리에 잘 맞지 않는다. SSB 무전기는 만들기 어려우니 실력도 안되는 초보가 만들어서 꽥꽥거리는 소리를 내지 말라는 뜻인지, 아니면 초보 시절에 전신 실력이나 제대로 닦으라는 배려깊은 친절인지 모르겠다. 어떻든 덕분에 전신 하나는 제대로 익혔다.
호출방법위반
운용정지 처분까지 받았으니 그후로는 위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잘못하면 무선국 폐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더 이상 경고장을 받지 않은 것도 아니다. 다만 위법에 대한 차이는 있었다. 위의 경우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였고 아래의 내용들은 그것이 위법인지 아닌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위법을 하게 된 경우다. 그래서 심각한 위법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주의장을 받았다.
오래전에 SK한 HM5JE 오엠이 남해에 계실 때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전신으로 스케쥴교신을 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오래 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개 한 두시간씩 전신교신을 즐겼다.
어느날 스케쥴교신 시간이 되어서 JE 오엠을 호출하였다. “HM5JE HM5JE DE HM5KY K” 몇 번이나 호출해도 응답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집중도가 떨어졌다. “HM5JE HM5JE HM5JE HM5JE DE HM5KY HM5KY K” 계속 호출해도 응답이 없어서 그날은 교신을 포기했다.
얼마후 주의장이 왔다. 상대방의 호출부호를 3번 이상 불렀기 때문에 “호출 방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정해진 주파수내에서만 운용하면 그 내부에서의 운용은 상당한 자율권을 부여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까지 단속하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모든 운용을 일반 무선국과 동일한 잣대로 판단하였기 때문에 상당히 엄격했다.
불요통신
또 다른 주의장도 전혀 위법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HM5MP오엠과 교신하면서 두 사람만 아는 내용을 농담처럼 얘기한 것에 대해서 “불요통신"이라고 주의장을 받니다. 아래 내용을 보시라. 이게 정말 주의장을 받을 내용인가.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추어무선에서 필요한 통신이 무엇이며, 또 불필요한 통신이 무엇이란 말인가.

당시에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명분하에 아마추어무선에 대해서 대단히 비우호적이었다. 교신 중에 나오는 “아담"이 음어라고 한다면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업무용 해상국도 아니고 아마추어무선사에게 “불요통신"이라니, 그러면 교신을 하면서 무슨 얘기를 하라는 것인지, 참… 행정관서의 공권력도 막강하던 시절이라 그냥 조용히 받아들였지만 지금이라면 아마 행정심판이라도 고려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런데…… 함께 교신한 HM5MP오엠은 이 교신에 대해서 주의장을 받지 않고 나만 받았다. 나는 전과(?)도 있고 만만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HM5MP 오엠이 “Military Police"라서 뭔가 뒤로 은밀한 압력을 행사했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MP오엠은 항상 자신을 “멍청이 파파"라고 하시는데 연막전술일지 모르니 MP오엠과 만나면 경계태세를 잘 유지하시기 바란다. hi hi
허가장소외 운용, 목적외 통신
경고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사를 하고 나서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운용하여 “허가장소외 운용” 그리고 6편에 나오는 “목적외 통신"까지 참 다양한 경고장을 받았다. 겁없이 좌충우돌한 초보햄이지만 정도가 좀 심하긴 했다. 경고장을 받은 것이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다. 항상 전파법규를 잘 지키면서 즐거운 교신 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