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0AP/MM

1970년대 초보햄의 좌충우돌기 - 에피소드 6

EL0AP/MM

EL0AP는 HL5AP오엠이 라이베리아 선박에서 통신장으로 재직하실 때 사용한 아마추어국의 호출부호였다. MM(Maritime Mobile)은 해상이동국을 뜻한다. 라이베리아는 세제, 금융 등 여러가지 혜택을 주기 때문에 해외 대형 선사들이 선박을 등록하는 기국으로 유명하다. 선사나 선박이 달라도 라이베리아에 등록된 선박에서 계속 일을 하셨기 때문에 동일한 호출부호를 오랫동안 유지하셨다. AP오엠뿐만 아니라 EL0로 나오는 MM국이 여럿 있었다.

AP오엠은 거의 해외에 계셨기 때문에 개국 전에는 AP오엠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는데, 개국 후에 알고보니 내가 사는 곳과는 약 200m 거리에 계셨다. AP오엠은 아버님과 동갑이셨고 사모님은 어머님과 같은 계꾼이셨다.

선박에서는 주로 롱와이어 안테나를 사용하였다. 길이가 충분히 길었고 주변이 탁 트인 바다 위에서 나오는 신호라서 생각보다 잘 들어왔다. 나와는 주로 CW 교신을 많이 했는데 선박통신사들의 특이한 타전 습관 때문에 조금 애를 먹기도 했다. 한 부호의 끝과 다음 부호의 시작을 기준보다 많이 붙여서 타전하는 것이다. 부호 자체만 듣는다면 상당히 멋있는 박자감을 느낄 수 있지만 기준대로 연습한 아마추어무선사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제 3자 통신

1980년 1월 말경이었다. 호주와의 SSB 교신이 끝나자 AP오엠이 나를 호출하셨다. 필리핀 해역을 지나고 있다고 하셨다. 당시 둘째 아드님이 대학교 입학시험을 치렀는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전화로 확인하니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이틀 뒤에 다시 교신하기로 하였다.

이틀 뒤, 교신 전에 미리 합격된 것을 확인하고 합격 소식을 전해드렸다. 그랬더니 배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던 한국인 선원들이 자신들의 가족에 대해서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제 3자 통신"이 불법이란 것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이런 부탁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모두 전화로 확인하여 소식을 전해주었다. 다행히 전부 좋은 소식이라 나도 기분이 좋았다. 물론 마지막 느낌은 싸~~했지만…

불길한 예감은 항상 그렇듯이… 어김없이 주의장을 받았다. 주의장을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점이 있다. 녹음 내용을 적었는데, 각각 A, B로 적었다. A가 나의 송신이고, B가 AP오엠이다. AP오엠의 송신은 잘 수신했는데 나의 송신은 제대로 수신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불감지역

21MHz와 같이 높은 주파수는 원거리교신에는 좋지만 근거리교신은 불감지역(Skip Zone)이 생겨서 불리하다. 내가 살던 해운대와 부산전파감시국과는 20km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중간에 높은 산이 있어서 직접파로 전송이 되지 않고 전리층 반사는 상당히 약하게 되는 불감지역이었다. 그래서 내가 송신하는 내용은 제대로 수신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떻든 또 경고장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면역이 생겨서 별로 걱정도 안됐다. 그러다가 폐국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경고장을 자주 받다보니 요령이 생겼다.

주의장의 참고사항에 보면 “1981년 1월 31일까지 기준 점수에 도달하면 어떻게 하겠다"라고 되어 있다. 위반 점수는 1년 이내에 추가 점수가 없으면 리셋된다. 0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래서 심각한 위반이 계속되지 않으면 폐국까지 되지는 않는다. 사실 이런 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한 경험과 불필요한 지식이다. 법과는 거리가 먼 것이 좋다고 하지 않는가.

Last modified May 20, 2026: episode (351ec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