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10kHz 수정발진 송신기

아마추어무선기사 시험

저는 아마추어무선기사 3급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자격 급수는 1, 2, 3급의 세 개로 나누어져 있었고, 3급은 전신, 전화급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3급도 전신 실기시험이 필수과목이었는데, 영문뿐만 아니라 한글 전신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필기시험이 지금보다 어렵기도 했지만 아마추어무선사 자격시험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전신시험이었습니다.

1급은 50부호(10wpm), 2급은 35부호(7wpm), 3급은 25부호(5wpm)의 속도였습니다. 25부호가 느린 속도이지만, 장점과 단점을 3:1로 송신하면 장단 구분이 잘 되지 않아서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시험장에서는 스트레이트키로 카셋트에 녹음한 것을 들려주는데 음색도 나쁘고 장단비율도 왔다갔다 합니다.

일부러 단어 간격을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띄어쓰기를 해야 하는데 엉뚱한 단어가 나오면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그 다음은 하나도 들리지 않게 됩니다. 예를 들어, “I am a boy"를 “Ia ma boy"로 송신하면 어디서 띄어쓰기를 해야 될까 생각하다가 다음 부호를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국가 안보 등의 이유로 아마추어무선사들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런 것도 시험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방법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송신은 시험관 앞에서 스트레이트키로 직접 송신을 하면서 카세트테이프에 녹음을 합니다. 자신이 사용하던 키를 가져가도 됩니다. 약간의 연습 시간을 준 후에, 시험관이 녹음 준비를 하고, 전보 용지를 펼치면서, 시작하라고 하면 전보 용지에 적힌 내용을 송신하면서 녹음을 합니다. 어떤 분은 너무 긴장해서 손에서 땀이 뚝 뚝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시험에 합격률도 높지 않았습니다. 제가 시험에 합격한 것은 거의 행운이었습니다.

운 좋게 합격

영문 전신은 불법무선국의 운용으로 1급 이상의 속도라도 자신이 있었지만, 한글은 전혀 연습할 기회가 없어서 겨우 부호만 외운 수준으로 시험장에 나갔습니다. 긴장하면서 수신을 하는데, 한 두 단어를 받아보니 자주 보았던 전파법규의 문장이 그대로 나오는 것입니다. 상상수신을 하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수신하였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시험에서 그런 행운이 없었다면 그 이후에 대학 입시 준비로 바빠지고, 대학 입학, 군 입대, 취업, 결혼…… 그러다보면 햄을 시작이나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상황이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글 전신 교신

햄을 시작하기 전에는 방과 후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지만 개국 후에는 모든 관심이 교신이었습니다. 트랜스에서 나는 노릿한 냄새는 저에게 강력한 중독제였습니다. 집에만 오면 가방을 던져둔 채 송수신기의 전원을 넣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주파수를 돌려보다가 CQ를 냅니다. 7.025MHz에서는 거의 하루 종일 중국의 방송 신호가 들리기 때문에 대부분 7.010MHz을 사용했습니다. 1977년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의 CQ에 HM4LF라는 분이 응답해 왔습니다. 얼마 전에 신규 개설을 했다고 합니다.

국내국과의 전신 교신이 흔치 않은 일이라 반가운 마음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한글 교신을 자주 하지 않다보니, 상대의 송신을 제대로 수신하지도 못하고 송신도 말이 꼬여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서툰 한글 전신으로 겨우, 아쉽게 교신을 마쳤습니다.

며칠 후부터 그 분의 신호가 자주 들렸습니다. 그런데 계속 7.010MHz에서 교신을 하였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겨우 두 개의 크리스탈만 가진 저는 너무 답답했습니다. HM4LF님을 호출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사정을 설명하고 다른 주파수를 사용해 주실 것을 정중히 부탁드렸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나도 7.010MHz 크리스탈 하나 뿐이다”

“아이쿠, 이런 ……”

그 후부터는 어쩔 수없이 두 사람이 자주 교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HM4LF님은 프로통신사였기 때문에 전신 실력이 대단했습니다. 덕분에 저의 한글 전신 실력도 일취월장하였습니다.

정경철오엠님, 어디 계십니까? 다시 전신에서 뵙고 싶습니다.

Last modified January 21, 2024: CW practice modified (20b25b9)